치료견 치로리

치료견 치로리

볼품없던 유기견이 치료견이 되어 사람들에게 웃음과 사랑을 전한다

2006년 일본에서는 ‘치로리’라는 개를 위한 작은 추모회가 열렸다.

치료견으로 13년 간 활동하며 전신마비 환자를 움직이고, 
말을 잃은 노인에게 말을 찾아주는 등 기적을 일으킨 치로리가 암으로 죽자 추모회를 열었던 것. 
치로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환자들 중에서 죽는 순간 “치로짱, 고마워”란 말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있었다. 
사람도 어렵다는 언론에 부음 기사가 실렸던 치로리.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끌었던 개 치로리를 만나보자.

불쌍한 동물을 보고 안타까워 울음을 쏟는 사람을 보고 어른들이 흔히 던지는 말이 있다.

“그깟 개 한 마리 때문에 질질 짤래?”
맞다. 그런데 여기 우리를 울리고 웃기는 ‘그깟 개 한 마리’가 또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잡종개 치로리. 

1992년 초여름, 여름비가 쏟아지는 날, 갓 낳은 새끼 개 다섯 마리와 함께 어미 개 한 마리가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그 어미개의 이름이 바로 치로리. 새끼를 낳자마자 몸도 추스르기도 전 일본 도쿄의 작은 동네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것이다. 

떠돌이 개로 잡혀 가스실에서 안락사 되기 직전 구조되다!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치로리는 동네 아이들에 의해 구조되어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동물을 키울 수 없는 동네에서 아이들과 몇몇 어른들의 도움으로 숨어 지내던 치로리는 유기견 신고를 받아 동물보호소로 가게 된다. 

하지만 당시 그 지역의 법은 유기견이 잡힌 지 5일째 되는 날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스실로 보내져 안락사 당하게 되어 있었고, 치로리는 안락사 당하는 5일째 되는 날 가스실로 가기 직전 가까스로 구해져 목숨을 이어가게 된다.

일본 최초의 잡종 치료견

기적적으로 안락사 직전 구조된 치로리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치료견 양성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오키 도오루에게 오게 되면서 일본 최초의 잡종 치료견에 도전한다. 
잡종이 치료견 후보자가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훈련에 도전한 치로리는 다른 개들이 1년 정도 걸려 통과하는 프로그램을 무려 4개월 만에 해치우고 당당히 일본 최초의 잡종 치료견이 된다.  

짝귀 치로리, 웃는 개 치로리

치로리의 외모는 정말 볼품없다. ‘똥개’라는 말은 딱 맞는 외모로 한 쪽 귀는 서고, 한 쪽 귀는 접힌 짝귀에다가, 긴 허리에 비해 다리는 무지 짧고, 인간에게 학대를 받아 다리에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런 치로리의 외모를 보고 처음에 사람들은 흉측하다고 생각했지만 치료견으로 훌륭하게 성장하자 오히려 그런 외모는 치로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치로리는 13년 간 치료견 활동을 하며 수 많은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킨다. 전신마비 환자를 움직이고, 말을 잃은 노인에게 말을 찾아주고,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인 아이를 바깥 세상으로 이끈다. 
삶의 희망을 잃었던 사람들도 치로리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모두 살고 싶은 의지를 되찾았다.

사람에게 학대 받다 버려진 개가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다 떠나다….

그렇게 13년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전한 치로리는 암으로 죽음을 맞는다. 사람들은 치로리를 추모회에서 치로리에게 고맙다고 진심으로 얘기했고, 치로리를 구조해 치료견으로 성장시킨 오키 도오루는 “사람들은 내가 너를 구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네가 나를 구한 거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치로리에 관한 책 <치료견 치로리를 쓴다.

인간에게 학대 받아 버려져 다리에 장애까지 있는 개가 평생을 사람을 돕는 일을 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잘 이해 하지 못했다. 
어떤 학생은 오키 토오루에게 “치로리를 이해할 수 없어요. 저 같으면 사람을 미워할 것 같은데 어떻게 어떻게 치로리는 그럴 수가 있지요?”
하지만 치로리는 그런 질문에 대해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나간 일은 잊고 다 용서하라고. 
그리고 웃으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라고. 
힘 없고 약한 것을 도우라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그게 ‘진짜로 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