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사람이 사라진 후쿠시마에 남은 동물들에 대한 사진 에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내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사진집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곳...
언론은 그곳을 죽음의 땅, 금단의 땅, 유령마을 등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여전히 생명이 숨쉬고 있고
갑자기 사람이 사라져버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당황스런 눈빛
먹을 것이 사라진 두려운 마음 등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담았습니다.

쓰나미로 폐허가 된 곳에 홀로 서 있는 강아지.
사람이 사라진 전자상가 앞의 소떼.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사람과 함께 살았던 반려동물은 
사람들이 사라진 이후 굶어죽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야생화되어 거리를 떠돕니다.

그런 그들을 돕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와 개인적인 자원봉사자들이
피폭을 각오하고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이내 지역인 경계구역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밥과 물을 주고 때로는 구조해 옵니다.

봉사자들이 손을 내밀면 아이들은 다가와 줍니다.
슬프도록 말랐다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고양이들. 정신없이 캔을 먹고 있다.
사료를 줬는데 슬쩍 입에 댔다가 사람에게 다가와 기대는 녀석. 귀를 내펴붙이고 더 쓰다듬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큰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유고 등 분쟁지역에서 사진 찍는 일을 하는 저자는
전쟁터를 내집처럼 드나들었지만 
후쿠시마에 간 후 지옥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저자가 참혹함에 떨었던 곳은 가축이 있는 축사였습니다다.
축사에서 굶어죽거나 사체 사이에 끼여 겨우 살아남은 가축들도
정부의 안락사 결정으로 모두 죽고 맙니다.
먹기 위해 길러진 가축들은 피폭된 이상 가치가 없다는 것이죠.  

죽은 돼지들 사이에 끼인 채 있던 돼지. 끌어내 물을 주었지만 물을 마실 힘조차 없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인 저자는 
처음 쓰나미에 휩쓸려 가는 동물들을 모습을 보고
무작정 사료와 물을 싣고 후쿠시마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보게 된 비현실적인 모습의 현실.
언론도 경계구역의 비극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구조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있다가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전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 비극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려야 겠다는 마음은
저자도 역자도 편집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죄 없이 조용히 죽어간, 죽어가는 생명들이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기억해야 하니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후쿠시마에서 느낀 것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땅도, 집도, 벚나무도.....'

동물들이 죽음의 땅에서 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듯
후쿠시마 원전 난민 15만 명도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의 동물들이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모습 속에
15만 후쿠시마 난민의 모습이 겹칩니다.

원전은 꼭 필요한 것일까요?
원전이 멈춘 일본에서 전력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에 의존해 사는 우리의 삶의 방식,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할 때입니다.
  
주린 배에 사료를 집어넣자 이내 다 토하고 말았던 시바견. 먹고 또 토하고 또 먹고....이 아이는 목줄이 풀어져 있어서 어디든 가려면 갈 수 있었지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가족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3월 11일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2년이 되는 때입니다.
엄청난 재앙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네요.

동물보호단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후원이나 임보, 입양이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곳에 남아있는 생명들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난민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것입니다.
책 속 아이들을 기억해 주세요..